프랑스 경찰이 지난달 27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국립감사원이 최근 도난으로 곤혹을 치른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절도 사건 발생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지만 박물관의 보안 소홀을 지적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감사원은 6일(현지시간)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루브르 박물관 운영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달 19일 벌어진 보석 도난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박물관 내 보안 체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20 24년 기준으로 루브르 박물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전시실은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전시된 드농관에는 설치율이 64%였지만, 방문객이 적은 리슐리외관에는 전체 전시실의 4분의 1에만 카메라가 있다.
감사원은 루브르 박물관이 2018년부터 보안장비 현대화 계획을 검토해왔지만 시행이 계속 지연됐다고 분석했 다. 해당 계획은 지난해 말이 돼서야 입찰을 마치고 올해 말부터 공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보안 향상) 프로젝트는 완료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이며, 박물관에 따르면 2032년까지는 공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보고서에 드러난 보안 부실의 원인은 '과도한 유물 구입비'다. 감사원은 박물관이 감사 대상 기 간동안 작품 구입의 1억500만 유로(약 1,500억원) 이상의 자체 재원을 투입했고 전시공간 리모델링에도 6천350만 유로(92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박물관이 유지 보수나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2천670만 유로(38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박물관이 작품 구입을 축소하고, 여유 자금을 보안·안 전 강화와 건물 보수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입장권 판매 수익의 20%를 작품 구입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 규정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왕실 보석 도난 사건은 경악스러운 경고 신호"라며 "박물관의 (보안 강화) 속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루브르 측이 재원 부족을 호소한 데 대해서는 박물관이 자체적인 수입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드시 원고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기자 admin@slotnara.info